나는 비행 슈터가 어렵다. 전용 컨트롤러가 있어야 할 거 같다. 엑스박스 게임패스가 있지만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설치조차 안 했다. 비행기 조종은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고, 명중시키기 보다 명중 당하는 경험이 더 많았다.
그런데 왜 이 게임을 하게 되었나. 첫번째 이유는 게임패스에 있어서. 두번째 이유는 속아서.
코러스를 비행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스페이스 오페라 풍 액션 RPG로 알았다. 스타필드와 비슷한 게임으로 착각했던 거다. 플레이 후 30분이 지나기 전에 착각임을 깨달았다. 컷신 외에는 아무도 우주선에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내 우려와 달리 조작은 어렵지 않아서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우주가 배경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하니까.
게임 속 종교집단인 써클은 조화와 평화를 추구한다.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어느 순간 폭력적으로 교리를 강제하기 시작했다. 종교라는게 다 그런 위험성이 있지. 주인공 나라는 써클의 장로 중 한 명인데 전도(?) 중 행성 하나를 파괴하여 어마어마한 희생자를 만든 뒤 죄책감에 시달려 잠적한다. 그 후 은거하며 용병으로 살았지만 그곳에도 써클이 침공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라는 써클을 막기 위해 힘을 되찾고 전투를 치르며 승리를 위해 단서를 좇는다. ‘코러스’는 써클의 교리 뿐 아니라 스토리의 핵심 주제로 반복해서 언급된다. 써클은 완전한 코러스에 도달하기 위해 힘으로 찍어 눌렀지만, 진정한 코러스는 부단하게 살피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점은 인류가 평화를 핑계로 전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생각나게 한다.
조화는 조종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어. 조화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으니까.
- 나라의 대사 중
그렇다면 코러스를 추구하단 자들은 왜 이렇게 망가졌나. 게임에는 악의 상징으로 ‘얼굴 없는 자’라는 존재가 나온다. 얼굴 없는 자는 힘을 주기도 하고 사람을 현혹 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실상 악은 얼굴 없는 자가 아니라 두려움이나 증오 같은 자신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한 결과로 나타난다. 나라는 여정 중 다양한 이들의 기억을 들여다 보게 된다. 상황은 다 다르지만 얼굴 없는 자를 접하는 이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 때문에 외부를 공포의 시선으로 보게 되거나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할 때 지옥이 시작된다. 실제 삶에서 파괴적인 갈등이 나타나는 과정과도 비슷해서 흥미롭다.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어쨌든 우리가 교훈을 얻으려고 게임을 하는 건 아니니까. 재밌냐고 물으면 없진 않은데 다소 애매한 감이 있다. 일단 이런 장르를 좋아해야 코러스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비행 슈터 초심자도 입문할 정도로 쉽게 만들어졌고 그래도 어려우면 쉬운 난이도도 있으니 누구나 해 볼만은 할 듯 하다.
그래픽은 꽤 괜찮다. 최적화도 양호하고 광활한 우주가 잘 묘사되어 있다. 우주 전투의 몰입도가 그래서 제법 괜찮다.
다만 반복 플레이라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지루해진다. 다행인 건 엔딩까지의 분량이 짧다는 점. 막 달리면 대략 10시간 내외로도 클리어 가능할 것 같다. 의례라고 하는 특수능력과 전투기 기체의 무기 업그레이드가 지루함을 조금 덜어준다. 전투 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면 능력치가 강화되는 특전이 있고 업적 달성도 되니까 반복 플레이에 약간 더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