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재미있었다. 독특한 몇 가지 특징 덕분에 이 게임에 푹 빠져,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즐겼다.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만든 스튜디오와 제작진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재미있었던 점을 글로 남긴다.
1. 순환하는 증오와 폭력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웠다.
증오와 폭력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거리다. 폭력을 옹호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현상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다. Hell is Us를 하다 보면 “하데아(Hadea)”라는 가상 국가에서 오랜 세월 반복돼 온 증오와 폭력의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사건들을 곱씹게 된다. 내용과 전개 방식, 전달 방식 모두 독창적이며, 잘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2. 지옥은 현상이 아닌 인간에게서 비롯된다는 주제가 좋았다.
반전(反戰)을 주제로 한 게임은 많다.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스펙옵스: 더 라인(Spec Ops: The Line), 발리언트 하츠: 더 그레이트 워(Valiant Hearts: The Great War)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이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어 전쟁의 참혹함을 체험하게 한다.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는 좋은 방식이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까지 깊이 숙고하게 만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헬 이즈 어스는 주인공의 비중을 옅게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주인공 레미는 모친을 만나기 위해 하데아에 잠입한 평화유지군이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하데아에서 벌어지는 재앙을 막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역사 속 학살 사건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이야기들은 지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학살을 일으킨 이들 뿐 아니라, 그것을 막으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그들이 서로 얽힌 사건들을 따라갈수록 폭력을 낳는 주체는 누구이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자연스레 고민하게 됐다. 그런 생각을 이끌어 내는 주제라 정말 좋았다.
3. 잘 관찰해야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좋았다.
퀘스트를 받으면 미니맵 표시나 화살표 등으로 안내해 주는 게임들이 많다. 반면 헬 이즈 어스는 NPC와의 대사, 획득한 아이템, 환경 요소 등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문제를 풀어가는 느낌이 들어 몰입이 잘 됐다. 추측이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도 좋았다. 메모할 종이와 펜은 필수다.

4. 아름다운 아트
배경이 아름답다. 자연 풍경을 묘사한 장면도 멋지고, 오래된 성이나 건축물의 표현도 인상적이다. 또, 세심한 관찰이 요구되는 게임인 만큼 특정 문양이나 단서를 보며 그 의미를 추측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아트팀이 많은 공을 들여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디자인했다는 점이 느껴졌고, 보는 즐거움이 컸다.

전투는 그저 그랬다.
적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고, 인상적인 보스전도 없다. 무기는 몇 종류가 있지만 결국 한 가지만 계속 쓰게 된다. 타격감은 양호하지만 전투 자체가 큰 재미를 주진 않는다. 다만 다른 요소들이 워낙 좋아서 크게 아쉽진 않았고, 전투가 즐거운 액션 게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하게 재미있어서 정말 좋았고 개발사인 Rogue Factor가 다음에 내놓을 게임도 기대가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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