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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hort Hike - 천상천하 유아독존

by 파트타임게이머 2024. 8. 5.

개발: Adam Robinson-Yu
유통: Adam Robinson-Yu
출시 플랫폼: macOS, 닌텐도 스위치, 리눅스, 엑스박스 원, 윈도우, 플레이스테이션4
장르: 플랫포머
출시일: 2019년 7월 30일
한국어 지원 여부: 비공식 한국어 자막

당신은 유년기를 어떻게 보냈었나? 나의 유년기는 1980년대였다.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ㅎㅎ) 입학 전 꼬꼬마 시절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놀다가 어두워져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밥 먹으러 집에 가는 일과가 일상이었다. 몇 년을 살았으니 익숙해질 법한 아파트 단지였는데 늘 새로웠다. 친구들이라 해 봐야 맨날 노는 옆집, 옆 동 애들이었지만 지겹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앞날 걱정하지 않고 부담 없이 놀았었다. 부담 없는 즐거움. A Short Hike는 어릴 때의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인공은 클레어라는 새다. 처음엔 펭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날아다닌다. 펭귄이 아니구나!' 하며 물에 들어가 보니 수영도 잘한다. 모르겠다. 클레어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조류는 맞겠지. 아무튼 현재 장소는 휴대폰이 안 터지는 곳이라 전화를 받기 위해 호크 피크 공원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고 그런다. 그러고 나서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일단 돌아다녀 봤다.

바닷가 근처 모래사장을 다니다 보니 어떤 친구가 와서 조개껍데기를 16개인가 모아다 달라고 한다. 내가 또 유비소프트 식 수집 요소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그래서 수집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또 다른 친구가 막대기로 비치 발리볼 같은 걸 하고 있다. 비치 스틱볼이라고? 막대기로 공을 쳐서 최대한 많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주고받는 놀이란다. 별거 아닌 이 공놀이를 어느 순간 집중해서 하고 있었다.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주고받는 횟수를 갱신해서 신기록을 세우려고. 묘한 게임이다. 그러고 보니 높은 곳에서 멀쩡하고 체력바 같은 건 원래 없다. 당연히 게임 오버도 없다. 호크 피크 정상에 오른다는 목표는 있지만 시간제한이 없으니 아무 부담 없이 편하게 놀러 다니게 된다. 그러다가 내키면 그때 산에 오르면 된다. 이러니 맘 편히 놀러 댕기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게다. 상대편에게 밀리면 서로 부모님 안부를 묻게 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이 A Short Hike가 게임이라는 같은 범주로 묶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논다. 3~5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과 어울려 보면 경쟁적 요소가 없는 놀이를 하면서도 즐거워한다. 가만히 보면 저게 재밌나 싶은데 아무튼 애들은 즐거워한다. 상대방과 상호작용이 있거나 새로운 자극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자면 사는 것 자체가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기간은 길지 않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 꽤 오래 알고 지내는 어떤 친구는 중학생이 되자 학교 다니기가 고달프다고 했다. 의무가 생기고 압박이 다가오며 마음에는 부담이 쌓이고 삶이 점점 재미 없어진다. 온라인에 가득한 잘난 사람, 잘 나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난 실패하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 같다. 마음이 시무룩해진다. 아... ㅅㅂ

억눌린 자여, 호크 피크로 오라. A Short Hike에서는 마음 편히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면 된다. 부탁은 들어줘도 그만, 안 들어줘도 그만이다. 부담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나의 관심과 흥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렇게 놀다가 심심해지면 황금 깃털을 모아 호크 피크 정상을 향해 보자. 심지어 깃털 없이도 올라갈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도 한다. 인생 꼭 아등바등 살 필요 없다. 산 정상에 올라가 가슴을 펴고 꿍따리 샤바라! 발밑을 보면 세상이 작아 보인다. 엄청나게 컸던 고민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정말 중요하고 걱정해야 할 일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높은 상 정상에 올라 홀로 서 보라. 발 아래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 머리 위 하늘은 또 얼마나 넓은가? 이 넓은 세상 속에 당신과 똑같은 사람은 없다. 뭔 수를 써도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당신은 우주 속에 고유한 존재다. You are 독존(獨尊)이다.

그러므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당신의 인생을 충분히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