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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푸가 2 -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 어디 없나?

by 파트타임게이머 2024. 6. 27.

 


개발 및 유통 : CyberConnect2
플랫폼 : 플레이스테이션 4, 5 | 닌텐도 스위치 | 윈도우즈 | 엑스박스 원. 시리즈 XS
장르 : 드라마틱 시뮬레이션 RPG
출시 : 2023년 10월 12일
한국어 지원 : 자막 지원
심의등급 : 12세 이용가
관련 사이트 : https://www.cc2.co.jp/fuga2/


본문에는 ‘전장의 푸가 1, 2’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으신 분은 참고해 주세요.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전장의 푸가'를 재미있게 했었다. 속편인 '전장의 푸가 2'가 2024년 5월 15일에 게임패스에서 내려간다 해서 12장의 챕터를 27시간 30분 플레이해서 엔딩을 봤다. 전편의 엔딩에서 이야기가 이어져 재미있는 소설책을 다시 꺼내 읽는 기분이었다.

전작에서 가스코와 베르만의 전쟁이 있었고 몰트와 친구들은 전차 타라니스를 타고 베르만의 적장 학스를 물리쳤다. 전쟁은 끝나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상처가 남았다.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흑막은 복수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 커다란 음모에 아이들이 휘말리며 2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국 최종 보스를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지만 현실은 게임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았다. 실제로는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이 봉합되지 않은 채 그저 시간이 지나고 잊힐 뿐이다.

전장의 푸가 2편의 최종 보스는 악이지만 동시에 가족을 잃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 고통을 치유받지 못했기에 전쟁을 일으킨 자들을 응징하려고 1편의 최종보스인 바나르간드를 이용하려고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수께끼의 소년 질에게 힘을 되찾게 해 주겠다고 부추긴다. 질은 전차의 실험체로서 고통받아온 또 하나의 피해자다. 둘 다 자신은 크나큰 피해를 입었기에 가해자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이로 인한 또 다른 사람들의 피해는 신경 쓰지 않는다. 여기에 한나의 죽음을 접한(후반에 죽지 않았음이 확인됨) 몰트마저 복수에 사로 잡히게 된다. 전장의 푸가 2는 거대한 상처를 회복받지 못한 3명의 이야기라 해도 될 것 같다.

누군가의 가해 또는 자연재해 같은 사건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해야 회복될 수 있을까? 최근 뉴스에 보도되는 연이은 사건을 보면 갖게 되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을 갖게 되면 사람들의 대처를 보게 된다. 사회적인 주목을 받는 큰 사건들의 은폐 시도나 증언 거부 장면을 보면 우리 사회는 치유의 방법을 모를 뿐 아니라 피해자의 존재 자체에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들어 씁쓸해진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타인과 사회가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회복을 위한 손길도 주지 않으며 아예 있다는 사실 자체를 지우려 한다면 그 마음에 남는 건 증오와 원망뿐이지 않을까. 증오와 원망이 지금 당장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사회 전체를 가득 채운다면 그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될까 걱정된다.

최종장에 다다르면 질은 자신의 남은 힘을 사용하여 한나를 아이들에게 되돌려 놓는다. 질의 이런 변화는 그의 고통을 알아가고 이해해 준 한나 덕분에 가능했다. 그리고 대립하며 갈등을 겪었지만 서로를 믿어보려 한 아이들과의 관계 덕분에 가능했다. 몰트는 복수에 사로 잡혔지만 함께 하는 아이들 덕분에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아픔을 나눴기에 회복될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서두른다고 금방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실현하려면 시간뿐 아니라 돈, 인력, 공간 등 다양한 자원도 투입해야 한다.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는 부담을 감당하기보다는 소수의 피해자를 잊어버리는 쪽으로 선택해 왔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고통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으며 우리는 반복되는 비극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 2024년 6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