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 Visai Games
유통 : Visai Games
플랫폼 : 윈도우즈, 플레이스테이션 4 및 5, 엑스박스 원 및 시리즈XS, 닌텐도 스위치
장르 : 시뮬레이션
출시 : 2023년 7월 31일
한국어 지원 : 미지원
심의등급: 15세 이용가
관련 사이트 : https://venbagame.com/
인간은 사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영양과 맛을 최대한 좋게 하려고 조리법을 발전시켰는데 다소 오버(?)한 나머지 지나치게 다채롭고 신기한 요리들이 생겨난 것 같다.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발전 과정에도 인간은 멋을 담아 예술로 만드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음식에는 열량만 담긴 건 아닌 셈이다.
인도 남부에는 '타밀'이라는 이름의 지역이 있다. Venba는 타밀 출신 여성이다. 남편이 있고 그들은 어떤 이유로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데 귀국을 고민 중이다. 어느 날 Venba가 몸이 약간 좋지 않았던 날,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점심을 준비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이 게임의 첫 번째 요리와 만나게 된다.
이들리(idli)라고 부르는 이름조처 처음 보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쌀가루를 반죽해서 찜기에 찌는 모양이 마치 우리나라 증편 같았다. 하지만 식사로 먹는다니 맛이 다를 것 같고... 이걸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졌다. '인도'하면 카레와 난, 잘해 봐야 탄두리 치킨 정도 아는 나에게 Venba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 주었다. 음식은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와 떨어질 수 없는 고유문화의 결정체인 셈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새로운 음식들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봤고 자연스럽게 타밀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기회가 되면 그곳에 가서 먹어 보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 먹은 음식을 생각하면 문득 그리운 느낌이 든다. 가족과의 추억이나 전에 살았던 동네의 풍경이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Venba의 주된 플레이 요소는 음식 조리지만 거기에는 언제나 그들 가족의 이야기가 따라 온다. 힘든 이민자의 삶, 캐나다에서 태어난 자녀와의 문화적 갈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족의 변화를 보게 된다. 요즘 유행한 '흑백요리사'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캐릭터도 화제가 되었다. 음식은 책이나 영화, 게임 못지않게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훌륭한 매체가 될 수 있으며, 미각이라는 독보적인 특성을 지닌 일종의 미디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중에도 지난주 어머니가 해 주신 갈비찜 생각이 났다. 생일 지난지가 오래되지 않아 미역국과 갈비찜을 해 놓고 나를 맞이하셨다. 친숙한 맛이 났고 잠시나마 어린 시절 살았던 조그마한 아파트와 그 공간이 주었던 느낌이 떠올랐다.
화려하고 강렬하진 않지만 잔잔한 이야기와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면 Venba는 어떨까? 낯선 향신료이지만 편안한 가정식 같은 인상을 주는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