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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 사가 - 지도자의 선택

by 파트타임게이머 2024. 12. 13.

   
원 제목 The Banner Saga
개발 Stoic Studio
유통 Versus Evil
출시 플랫폼 윈도우, 리눅스, macOS, 엑스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4, 닌텐도 스위치, iOS, 안드로이드 
장르 전략 RPG
출시일 2014년 1월 14일
홈페이지 https://stoicstudio.com/
심의등급 청소년 이용불가
한국어 지원 여부 공식 한국어 자막

 

일러스트부터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웠고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게임 로고의 붉은 배너도 눈에 확 들어왔다. 플레이 화면 스크린샷을 보니 파랜드 택틱스나 파이어 엠블렘 같은 전략 롤플레잉처럼 보였다. 웬만하면 재미있겠거니 하고 구매를 했다. 기대를 저버리진 않았다. 영어라 스토리 이해가 다소 힘들었지만 진행할수록 흘러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 신은 보기에 좋았다.

 

사냥꾼 루크와 딸 알렛

 

북유럽 신화를 연상시키는 설원과 거인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임 속 세상에는 인간과 거인족이 있고 공동의 적인 드렛지라는 종족이 있다. 마치 골렘처럼 생긴 드렛지를 피해 피난을 떠나는 인간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동하는 거인족 캐러밴의 여정이 게임의 두 축을 이룬다.

게임을 했었던 2015년은 영어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한국어 자막이 다 되었다고 한다. 다만 아쉽게도 1편만 자막이 있고 2, 3편은 없어서 후속편을 즐기려면 좀 힘들 것 같다는 점이다. 한국어 자막으로 다시 즐겨 봐도 좋을 것 같다.

 

전투는 위 사진과 같이 쿼터뷰 스타일의 턴제 전투로 진행된다. 초반에 튜토리얼 격으로 규칙을 설명해 주는데 영어라 귀찮다고 안 읽었다가 몰살 당하고 말았다. 그때 이 게임의 참맛을 보았던 것 같다. 닥돌 하면 반드시 죽고 드렛지들의 약점을 파악하지 않으면 전투는 몹시 어려워진다. 그래서 다소 매운맛이 있는데 진정한 매운맛은 따로 있었다.

바로 행군 과정이었다. 인물들의 여정은 제한된 보급품만으로 진행된다. 전투에서 부상을 입으면 휴식하며 회복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길은 못 가고 보급품만 소모하며 집단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휴식을 하지 않으면 다음 전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고심해서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문제는 휴식 뿐이 아니다. 중간 이벤트를 통해 플레이어는 다양한 문제를 맞닥들이게 된다. 선택이 낳은 결과는 집단 전체에 영향을 준다. 별 거 아닌 선택인 줄 알았는데 애지중지하던 캐릭터가 죽는 사태를 맞이하기도 하는 등 게임은 쉽지 않았다. 배너 사가는 이렇게나 예쁜 그래픽으로  '얼음과 불의 노래 왕좌의 게임' 수준의 비정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선택이 예상치 못하게 다른 이의 삶을 좌우하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게임이라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배너 사가가 그렇고. 그런데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바로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에 대통령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이다. 그날 뉴스만 봐도 군인이 국회 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던 장면, 급박한 상황 속에 비상계엄 해제를 국회가 가결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환율, 주가가 요동쳤고 사람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대한민국을 통째로 흔들었다. 왜 내란죄가 최소 무기징역으로 강력한 처벌을 하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현실이 게임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안정을 찾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국민은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에 맞서 자신들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다. 이 글을 12월 13일 오후 5시 27분 경 쓰고 있다. 내일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2차 탄핵 안 회의가 있을 예정이다. 희망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