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배트맨 아캄 어사일림 - 미친 놈 VS 더 미친 놈

by 파트타임게이머 2024. 11. 28.
   
원 제목 Batman Arkham Asylum
개발 락스테디
유통 워너브라더스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출시 플랫폼 윈도우, 엑스박스 원, 엑스박스 360, 플레이스테이션 3, 플레이스테이션 4, 닌텐도 스위치. macOS
장르 액션 어드벤쳐
출시일 2009년 8월 25일
홈페이지 https://rocksteadyltd.com/our-games#batman-arkham-asylum
심의등급 15세 이용가
한국어 지원 여부 유저 제작 자막

 
배트맨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캐릭터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알지만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른다.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러다 이 게임을 해 보고 배트맨에 대해 적잖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배트맨은 알면 알수록 사람들이 열광하고 빠져들만한 캐릭터였다. 왜 오랜 세월 온갖 줄거리가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는지 알 수 있었다. 
 
게임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트맨이 잡았던 빌런들은 수용소이자 정신병원인 아캄 어사일럼에 갇혀 있었다. 어느 날 조커가 빌런들을 몽땅 풀어놓았고 배트맨이 하나씩 잡으러 다니는 것이 게임 내용의 전부다. 액션도 시원하고 퍼즐도 재미있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주요 빌런들을 만나고 알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조커 외에도 독특한 악당들이 많다. 잘 모르면 이 게임으로 배트맨 입문을 해도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빌런들을 잡아들이는 배트맨의 태도가 몹시 이상해 보였다. 그는 아무리 극악무도한 악인이라도 제압을 하지 죽이지는 않는다. 살인이 좋은 행위는 아니지만 저들은 놔두면 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하는 위험인물들이다. 그렇다고 갱생의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이쯤에서 저 세상으로 보내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배트맨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죽이는 행동이 내키지는 않지만 차악으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하지만 배트맨은 끝까지 불살(不殺)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빌런들은 집요하게 배트맨에게 집착한다. 조커는 기본이고 다른 악당들도 배트맨을 괴롭히거나 불살을 꺾게 하려 하거나 악에 물들게 하려고 하는 등 계속해서 덤벼 든다. 어떨 때는 배트맨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자기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 쪽이 더 미쳤을까 궁금해졌다. 조커가 더 미쳤는지, 그런 조커를 그래도 끝끝내 잡아들이기만 하는 배트맨인지.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정말 미쳤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철통 같은 고집의 소유자들이었다.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에 대한 한 치의 의심이나 물러남 없었던 사람들이 가장 힘든 부류였다. 원래 면담 시간이 50분이었는데 3시간을 내게 말했던 사람이 생각난다. 일상생활에서 그는 문제를 전혀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미쳤다는 의미에 가장 근접한 이였으며 주변 사람과 갈등이 너무 심한 상황이었다. 주변 사람이 문제겠나. 사실 가장 힘든 건 본인의 마음과 생각에서 오는 괴로움이었을 테다. 나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과의 마찰 때문에 화 내고 자신을 깎아가는 그런 고통 말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배트맨의 신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의 강력한 고집과 맞물린 빌런들과의 충돌을 보며 미쳤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났던 거다. 이 게임을 하면서 배트맨과 빌런들 중 누가 더 미쳤는지 따져보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마침 배경도 아캄 정신병원이지 않나.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미치지 않았나 스스로를 살펴보는 일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