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글을 쓰는가?
원래 현재 가지고 있는 게임 기기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시리즈X,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컴퓨터. '콘솔과 PC 그리고 나'라는 제목에 맞는 상황이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나는 어쩌다 이렇게 많은 기기를 갖고 있게 됐나 싶었다. 게이머인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거다. 자신을 이해하려면 성장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인생그래프도 그리고 가계도도 그려보고 막 그렇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게이머가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써 보고 싶어졌다.
오락실
비디오 게임은 오락실에서 처음 만났다. 오락실을 처음 간 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대충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2~3학년 때로 기억하고 있다. 1988년에서 1989년 사이가 될 거다. 그 오락실은 동네에 있었기 때문에 아마 소문을 듣고 갔으리라. 지금도 그때 위치를 기억하고 그쪽 동네 방문하면 종종 가 본다. 서울 발산동 아래 지도의 위치다. 아쉽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1990년 즈음 내발산 주공아파트에서 우장산 올라가는 길에 있었던 오락실을 아는 분 있으면 댓글 달아주면 좋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오락실은 겉 유리창을 검은 비닐로 코팅해 놓았었고 바깥에 '컴퓨터 게임' '지능개발' 등의 단어가 붙어 있었다. 당시 오락실은 현재 학부모들이 증오하는(?) PC방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기능을 최대한 강조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역사가 있다. 어쨌든 그 동네에 유일했던 오락실은 게임 한판 100원으로 동네 어린이들의 코 묻은 돈을 빨아들였다.
오락실에 대한 기억
당연히 오래된 기억이기에 첫인상이 기억날리는 없다. 아마 여러번 반복해서 방문하여 생긴 기억이겠지. 그래도 '신세계'였다는 인상 하나는 분명하다. 오락실은 낯설었지만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신대륙이었고 끝없는 재미를 주는 중독적인 공간이었다. 보글보글, 아르고스 전사, 방구차, 아우트런, 서유기 등등. 다소 어둠침침한 그 공간에 들어서면 여러 게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은 모험, 승부, 이야기를 선물로 주었다.
부작용
게임은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뽑아냈던 모양이다. 돈이 필요했고 돈이 부족했다. 중독자가 중독물을 구하기 위해 돈을 마련하듯 유사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집에 어머니가 동전을 모아 놓던 전통가구 문갑 모양의 저금통이 있었다.
딱 사진과 같은 모양과 색상이었다. 그 저금통은 틈새가 있어서 이리저리 흔들면 동전 몇 개를 뺄 수 있었다. 그렇게 동전을 구하다 나중에는 어머니 지갑에서 지폐도 훔쳤던 것 같다. 결국 꼬리가 길면 걸리는 법. 오락실에서 어머니에게 검거되어 집에서 혼나고 경찰서로 끌려가 경관님도 만나고 왔다. 그날 엄청 울었었다. 그렇게 오락실을 다니면서 나는 중독을 경계해야 함과 타인의 소유물을 절도하면 안 됨을 배웠다.
마무리
아케이드의 시대는 저물었고 이제는 문화재급으로 몇 군데만 남아있다.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지만 오락실이 사라져 버려 아쉬울 따름이다. 아마 많은 게이머들이 오락실로 비디오 게임에 입문했을 것이다. 게임을 즐기고 만들고 관련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배출한 공간일 것이다. 추억의 공간이자 게이머의 자아가 태어난 오락실이 그립다.
'나의 게임 성장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게임 결산 (0) | 2024.12.30 |
---|---|
2. 배우라는 컴퓨터는 안 배우고! (0) | 2024.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