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슬리핑 독스 - 후속작이 나올 수 없는 이유

by 파트타임게이머 2024. 11. 17.

   
원 제목 SLEEPING DOGS
개발 United Front Games
유통 Squre Enix
출시 플랫폼 윈도우, macOS, 플레이스테이션 3,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 원, 엑스박스 360
장르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12년 8월 14일
홈페이지 https://www.square-enix-games.com/ko_KR/news/sleeping-dogs
심의등급 청소년 이용불가
한국어 지원 여부 유저 제작 자막(PC판), 공식 자막(PS4 판)

 

슬리핑 독스는 홍콩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2013년 2월쯤 홍콩 여행을 갔다 왔었고, 1년 뒤에 게임을 했었기에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엘리자베스 피크처럼 실제 관광지가 비슷하게 구현된 점도 멋졌고(트램도 구현되어 있다!) 홍콩 특유의 야경도 잘 표현되어서 배경만으로도 갬성 충만이었다. 그래서 기억나는 풍경과 비슷해 보이는 곳이 있으면 둘러보곤 했다. 관광 특화 게임 어쌔신크리드처럼 슬리핑 독스도 이 점에서 훌륭하다.

 

주인공 웨이 셴은 범죄조직에 잠복한 경찰이다. 어떻게 보면 결말이 뻔한 소재지만 홍콩하면 역시 느와르 아니겠는가. 무간도 같은 영화도 있고. 경찰과 범죄자라는 이중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주인공을 고뇌하게 만든다. 그리고 언제 발각될지 모른다는 긴장과 임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의 충돌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면서 저절로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잠복경찰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웨이 셴은 누구보다도 더 범죄조직에 걸맞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 사람이 경찰이고 본연의 임무가 있음을 아는 플레이어는 혹시라도 흑화 하는 건 아닐지 긴장하게 된다. 이도 저도 아닌 낀 신세다. 마치 중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니었던 홍콩의 처지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지금은 반환되었지만 홍콩은 1889년부터 영국에 99년간 할양되었던 역사가 있다. 그래서 동양과 서양의 문물이 섞인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중국에 완전히 반환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매력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불안을 함께 품고 있었던 도시가 홍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슬리핑 독스의 후속작을 기다렸지만 지금도 나오지 않았다.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엔딩 컷신에서 웨이 셴은 경찰에 복귀하며 미국이 아니라 홍콩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동료는 어느 쪽 홍콩이냐고 물었다. 웨이 센이 협조했던 조직의 보스는 자신을 도와줬기 때문에 부하들에게 그냥 두라고 말한다. 경찰일지 범죄조직일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열린 결말 같은 여운을 남기는 대사다. 홍콩은 중국에 완전히 반환되었다. 정치도 친중 성향이 되었고 영국 할양 당시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웨이 셴과 다르게 홍콩은 이미 한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런 홍콩을 배경으로 후속작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2013년의 홍콩 여행은 아쉬웠던 점이 있어서 언젠가 다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찾던 홍콩은 2024년에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에 이런 대사가 있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해야지.

 

변해가는 홍콩에 대한 그리움이 중경상림의 주제라는 해석도 있다. 슬리핑 독스는 오래 전 홍콩에 어울렸다. 후속작이 나온다 해도 그건 슬리핑 독스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알던 예전 홍콩은 기억과 게임으로만 남겨 놓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