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제목 | DUKE NUKEM FOREVER |
개발 | 3D Realms Entertainment, Triptych Games, Gearbox Software |
유통 | 2K |
출시 플랫폼 | 플레이스테이션 3(Playstation 3), OSX, 엑스박스360(XBOX360), 윈도우(Windows) |
장르 | FPS |
출시일 | 2010년 6월 10일 |
홈페이지 | https://www.dukenukemforever.com/full/us/#?age_gate |
심의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한국어 지원 여부 | 유저 제작 자막 |
듀크 뉴캠 포에버는 오랜 제작 기간으로 유명하다.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공식 발매일 발표 트레일러에서 주인공 듀크가 12년이나 끌었다며 셀프 디스하는 내용이 있다. 악명도 명성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궁금했다. 지금도 게임 구매 시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리뷰를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게임만큼은 리뷰 좀 볼 걸 그랬다. 이미 스팀 라이브러리에 있으니 어쩌겠냐만... 남들이 별로라고 해도 나름의 재미를 찾아내는 재주가 있지만 듀크 뉴캠 포에버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시작했으니 엔딩은 봤다. 플레이는 재미있지 않았다. 총 쏘는 FPS인데 타격감이나 시원한 느낌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 하는 내내 상당했던 불쾌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듀크라는 캐릭터는 마초이고 게임이 성인 유저 지향이니 취향에 안 맞아서 그렇다 해도 좀 독보적인 감각이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때문도 아닌 것 같다. 나는 몸매 좋기로 소문난 스텔라 블레이드를 해도 상관이 없고 성소수자가 나와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몰입시키는 재미다. 그래서 말 나온 김에 게임에서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나 해 보련다.
정치적 올바름이라 할때 최근 생각나는 게임은 '드래곤에이지 베일가드'다. 베일가드는 불쾌감을 주는 언어와 캐릭터를 너무 제한하려 한 나머지 파티원 간에 심각한 갈등이나 대립이 없이 좋게만 해결되어 재미가 없다는 평가들이 많다. 가장 첫 번째 작인 오리진의 드워프 전사 오그렌은 입만 열면 색드립인 인물이다. 여성 파티원과 함께 데리고 다니면 매우 당혹하게 만들지만 가끔 역습을 당하기도 하는 그런 인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떠나간 아내를 그리워하고 인간적인 정에 약한 면모도 보인다. 막강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못된 성격 때문에 스스로의 불행을 자초하기도 하고 잠시 후회도 하다 시간 지나면 또 그러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다. 여성혐오와 비하적 발언을 담는 캐릭터가 나오지만 나는 그런 대사에 영향을 받아 개저씨가 되진 않았다. 그냥 이야기를 즐겼다.
오그렌이 여성혐오적, 비하적 발언을 하는 건 맞다. 하지 말아야 하고 매우 무례한 발언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아주 드물게 저런 나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운이 좋지 않으면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해야 하지 않아야 할 말과 행동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엄연히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상식과 감각을 채득한 존재다. 게임이 아무리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매체라지만, 현실에 맞춰진 상식과 감각에서 너무 멀어지면 우린 그런 결과물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듀크 뉴캠 포에버는 전혀 PC하지 않다. 그런데 듀크 뉴캠 포에버와 드래곤에이지 베일가드는 내 눈에는 그리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듀크 뉴캠은 선정성과 유머라는 성인 취향에, 베일가드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의제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현실적인 상식과 감각에서 지나치게 멀어졌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오프닝 영상에 나왔던, 듀크와 가까운 여성 쌍둥이가 납치되었다가 만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들이 곧 죽을 운명인데도 듀크는 조금도 동요가 없다. 희생자들이 외계인에 의해 숙주가 되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농담 같은 말만 한다. 나름 지구를 구한 위대한 인물인데 조금도 영웅 답지 않고 비인간적으로 보여 불쾌했다. 자신의 고통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며 다른 사람들은 약하다고 코웃음 치는 건 마초다. 하지만 타인의 죽음을 유머로 소비하는 건 어떻게 봐줘도 그저 사이코패스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듀크 뉴캠 포에버가 불쾌했고 듀크라는 캐릭터가 비현실적으로 보여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매드맥드: 분노의 도로'는 여성 캐릭터에게 전형적인 역할을 씌우지 않았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납득 가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였다. 예술과 미디어는 어떤 이념을 구호로 외치지 않고 그것을 장면으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프로파간다를 외치는 게임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게임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