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 | Graceful Decay |
배급 : | Annapurna Interactive |
플랫폼 : | PS5/4, PC,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
출시 : | 2021년 3월 2일 |
장르 : | 퍼즐 |
한국어 지원 : | 자막 한국어화 |
게임 홈페이지 : | https://maquettegame.com |
수상 후보 선정: | 영국 아카데미 비디오 게임상 데뷔 게임 부문 |
인간관계 갈등에서 책임을 가리는 건 꽤 어려운 문제다. 폭행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한 경우도 있고(이 경우마저도 불명확할 할 때가 많다.) 가정폭력이나 알코올중독 또는 학대나 방임처럼 특정한 한 사람이 인간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런데 이런 거 말고 상대방이 날 못 믿는다고 하거나 서운하게 한다고 하거나 제대로 안 한다고 하는 그런 호소들을 생각해 보자. 이런 호소는 연애나 부부관계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는데 어느 한쪽이 100% 잘못이라 말하기가 참 어렵다.
많은 경우 상대방에게서 원인을 찾아 그를 변화시키는 쪽보다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거기서 실마리를 찾을 때 더 잘 해결되기도 한다. 개발사 Graceful Decay가 이런 원리를 퍼즐 게임으로 적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 마케트는 그렇게 제작된 게임으로 보였다. 스토리도 마침 딱 연인관계, 부부관계다.
마케트(Maquette)의 뜻은 '축소 모형'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San Franciscan Nights"와 함께 정원을 지나게 된다. 이 오프닝을 통과하면 어떤 공간이 나오는데 앞에는 위치한 공간을 축소한 작은 모형이 하나 있다. 그게 마케트다. 마케트에 어떤 물건을 놓으면 실제 배경에 똑같은 물건이 위치하게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마케트 속 빨간 큐브를 옮기자 배경의 큐브도 해당 위치로 옮겨졌다.
마케트는 실제 공간의 축소니까 작다. 그래서 내 손바닥만한 물건을 마케트 안에 넣으면 그건 무조건 손바닥보다 훨씬 거대해져 실제 공간에 나타난다. 이 게임은 마케트와 실제 공간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퍼즐을 풀어야 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예로 들어 보자면, 다리가 없는 저 편으로 건너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마케트 안의 해당 위치에 열쇠를 놓아두니 실제 배경에 거대한 열쇠가 다리처럼 놓여 있었고 건널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마케트는 이런 퍼즐이 이야기와 잘 어우려저 관계의 이모저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마이클과 켄이라는 두 인물의 만남과 사랑, 결혼, 이별이 대사와 목소리로 풀어진다. 사랑은 피었다가 시들어 버린다. 그들의 왜 헤어졌는지 구체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상대방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만의 시각과 입장으로 상대방과 관계를 맺으며 파국이 시작된다.
'맞아. 이러면 관계는 힘들어지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즈음, 이 진리가 인간관계 뿐 아니라 퍼즐 풀이에도 적용된다. 처음에는 퍼즐이 쉽다. 게임 초반에도 둘에게는 모든 게 쉽다고 내레이션이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은 어려워진다. 왜 어려워질까. 물론 처음보다 조금 복잡해지기는 한다. 그러나 해법만 파악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후반부 퍼즐이 어러운 이유는 처음의 방식이 계속 통할 거라고 생각하며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상황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해 왔던 대로 풀려고 해서 어려웠던 것 같다. 나중에 보면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곳에 힌트가 숨어 있었다. 알고 나니 전혀 어려운 퍼즐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정관념에 눈이 가려지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헤매게 되며 급기야 게임을 이렇게나 어렵게 만든 개발진에게 화가 난다. 인간관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처음 좋을 때의 마음만 가지고 내 방식만으로 상대방과 관계 맺다가 나중에는 화를 내는 상황이 밀이다.
아주 인상 깊은 퍼즐이 하나 생각난다. 방에 열쇠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옆 방에 가면 정사각형 구덩이가 두 개 있다. 열쇠를 어느 한 쪽 구덩이에 넣으면 다른 구덩이와 처음 지나친 방에 각각 다른 크기의 열쇠로 나타난다. 그리고 열쇠 크기를 맞춰 열어야 하는 문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넣다 보면 문에 맞는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퍼즐을 풀어왔으니까. 족히 1시간은 헤맸던 거 같다. 슬슬 화가 날 때쯤 처음 열쇠를 본 방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그 놈의 열쇠가 문의 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떄가 되어서야 공간을 둘러보자 천장의 빈틈과 새어 나오는 빛을 볼 수 있었다. 생각을 전환하자 퍼즐을 풀 수 있었다.
Howlongtobeat 사이트에 따르면 마케트의 클리어는 3시간 30분에서 5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지쳐서 중간에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2023년 플레이한 게임 중 아주 인상 깊었으며 이야기와 게임 시스템이 잘 맞아 떨어진 작품이다. 내 시각과 입장만 강요하면 망한다는 인간관계의 진리를 생각하게 하는 주제도 좋았다.
플레이 전 과정을 유튜브로 올렸으니 어려운 분들은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삽질의 과정이 챕터6 나선에 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r4tkwja23v04fwPEpl_bcJvUeh1-c4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