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케나: 브릿지 오브 스피릿 - 오리엔탈리즘일까?

by 파트타임게이머 2023. 10. 26.


개발 : ember lab
유통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PS), ember lab(PC)
플랫폼 : PlayStation 4/5, Windows
엔진: 언리얼
장르 : 3인칭 액션 어드벤처
출시 : 2021년 9월 21일
한국어 지원 : 자막 한국어화
심의 등급 : 12세 이용가
홈페이지 : https://emberlab.com


케이나와 부식령

'케나: 브릿지 오브 스프릿'(이하 케나)은 영혼 인도자 케이나(제목은 케나지만 게임 내에서는 케이나로 나온다.)가 고통받는 영혼들을 내세로 인도하는 이야기다. 검은 덩어리 모양의 부식령들의 도움을 받아 길 잃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파악하여 그들을 인도하고, 산의 신단을 향해 나아가며 마을에 닥쳤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전투는 제법 어렵다. 패턴을 파악하기까지 몇 번 죽어야 한다.

케나는 인디 게임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좋은 그래픽과 괜찮은 액션성으로 호평을 얻었다. 디즈니풍 다크소울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냥 난이도가 어려울 뿐이고 다크소울과 비슷하진 않다. 오히려 게임 플레이 느낌은 갓 오브 워와 더 비슷하다. 어쨌든 재미있게 했고 명작은 아니지만 할만한 게임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이 게임 너무 동양적인 느낌이다. 이 점이 게임하는 내내 의문을 갖게 했다. 동양풍의 마을을 배경으로 했으니 당연히 동양적인 색채가 강한 것인지, 내가 너무 예민하게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디즈니의 '뮬란'이 생각나는 케이나의 외모와 명상, 자연에 깃든 혼령 같은 이런 요소들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저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1978)에서 서구가 동양을 왜곡하고 편견을 고착화시켰다고 했다. 서구 제국주의가 동양을 신비로운 곳으로 정의하여 탐험의 대상으로 삼고 결국 지배하고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단어는 단지 서구가 가진 고정관념뿐 아니라 제국주의의 폭력적 의도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고정관념은 그 대상에 대해 폭력까지도 허용할 수 있기에 오리엔탈리즘이란 단어가 부정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익을 노리며 동양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사용한 동양인들이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양은 신비한 문화가 있고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기를 사용하고 무술을 하고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동양의 일부인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유물론적이고 돈 좋아하고 현생을 중시하며 정신을 무시하는 풍조가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많지만 무술이 아니라 생활체육과 보육의 일환으로 주로 사용된다. 나 역시도 같은 이유로 아이를 태권도장에 보내고 있다. 결국 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고 문화 차이야 있겠지만 인간이기에 공통점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 따라 사람 따라 다른 점은 정말 많다. 짧은 고정관념 몇 줄로 묶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지 않을까?

 

케나가 오리엔탈리즘에 경도된 게임인지 아닌지 판단은 못 내리겠다. 그런데 '동양'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모습이 그려지니 식상한 느낌도 들고 뻔한 느낌도 들어 재미가 반감되었다. 엔딩도 좀 뻔했다. 제작사 엠버 랩의 다음 게임은 케나보다는 덜 뻔한 모습으로 출시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