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 Hiding Spot
유통 : Fellow Traveller
플랫폼 : 윈도우즈, 엑스박스 원 및 시리즈XS, 맥OS
장르 : 어드벤처 게임, 인디 게임, 캐주얼 게임
출시 : 2022년 9월 22일
한국어 지원 : 미지원
관련 사이트 : https://hidingspotgames.com/index.html
비콘 파인즈는 9월 30일 게임패스에서 내려가는 게임 중 하나였다.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은 안 하는 편이지만 이 게임은 뭔가 독특해 보였다. 영어 공부도 될까 싶어 엔딩까지 달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렸다. 독특해 보인 인상대로 이 게임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하기에 대사량이 너무 많았고 구어체라 힘들었다. 결국 DeepL 번역기의 힘을 빌어 엔딩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세상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루카'라는 하는 어떤 아이가 아빠의 무덤을 찾아간 장면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곧 친구 '롤로'가 찾아오고 무엇을 하며 놀지 이야기 한다. 마침 마을 축제도 앞두고 있다. 그들은 최근 수상한 불빛과 인기척이 보인다는 버려진 창고를 탐사하기로 결정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이 넘어가는 장면과 함께 어떤 여성의 나레이션이 깔린다. 국어책 읽기 톤이 아니라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감정을 실어 연기를 해서 인상적이었다. 내용을 자세히 읽지 못했어도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정성 들인 성우 연기였다. 이처럼 책을 술술 읽듯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갈림길이 나오고 선택을 하며 비컨 파인즈만의 특이한 진행 방식이 나타난다.
선택을 하면 각기 다른 결말의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너무 빨리 비극적으로 끝날 때도 있고, 어떤 선택에서는 악역을 처리(?)하지만 뒷맛이 시원치 않은 엔딩을 볼 때도 있다. 선택마다 준비된 결말을 보고 나면 나레이터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엔딩이라며 다시 선택할 수 있게 되돌린다. 마치 요즘 웹소설에서 유행하는 회귀물처럼.
그런데 비콘 파인즈는 흔한 회귀물과는 다르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결말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여러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와 마을의 비밀이 담겨 있다. A 선택의 내용이 B 선택에서는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플레이어는 결국 모든 선택을 거쳐가야 이 이야기의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의 내용을 보면 선형적인데 게임의 진행 방식은 그렇지 않은 독특함이 있다.
모든 선택을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경험한 곳에서 끝나고 만다. 그리고 그 내용이 플레이어에게 전부가 되지만 그건 사실과는 괴리가 있게 된다. 그래서 비콘 파인즈를 하면서 진실에 도달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관련된 모든 내용을 알기에 시간과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하나 더, 진실을 알기에 인간은 너무나 주관적이다. 나 외에 남의 입장, 구체적인 상황을 모두 헤아릴 동기가 없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엔딩을 본 시기가 추석이었다. 명절엔 외가 쪽 친척만 만난다. 아버지 쪽은 친척들은 분쟁과 갈등 때문에 결혼, 장례식이 아니면 안 모인지 20년이 넘었다. 어릴 때 일어났던 일로 분쟁이 있던 터라 사건에 대해 대충 알 뿐 자세히는 모른다. 그런데 사촌을 만났을 때 들어보면 부분적으로나마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점이 많았다. 집안 어른들은 같은 사건을 두고 자신의 입장에 맞게 기억하며 그것이 진실이라 믿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진실이란 이런 것이다.
그래픽은 따뜻하고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림과 다르게 어딘가 섬뜩하고 충격적이었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고 추악한 일면도 배후에 도사리고 있었다. 내가 루카라면 차라리 모르는게 속 편할 것 같았다.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진실의 일부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루카처럼. 그리고 루카가 결국 마을을 구해냈다. 진실과 대면하는 용기가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