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 UN JE NE SAIS QUOI, UMANIMATION
유통 : Focus Entertainment
플랫폼 : 윈도우즈, 엑스박스 원 및 시리즈XS, 플레이스테이션 4 및 5, 닌텐도 스위치
장르 : 어드벤처 게임, 인디 게임
출시 : 2021년 6월 14일
한국어 지원 : 자막 지원
관련 사이트 : https://www.focus-entmt.com/en/games/dordogne
'게슈탈트 붕괴'라는 용어가 있다. 익숙한 단어 같은 자극을 반복해서 듣거나 말하는 식으로 주입하면 어느 순간 그 단어에 낯선 느낌이 드는 현상을 뜻하는 밈이다. 학계에서 말하는 게슈탈트라는 용어와 상관은 없지만 비과학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시각만 해도 하나의 자극에 장시간 집중하면 어느 순간 그것이 안 보이는 맹점 현상이 있다. 밤에 주변 사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차 꽁무니의 빨간 불만 계속 보면서 운전하면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어 사고가 나는 것도 맹점 현상 때문이다. 아무튼 도르도뉴라는 게임에서 말할 '붕괴된 게슈탈트'가 '게슈탈트 붕괴'라는 말과 아무 관련 없음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긴 서두를 썼다.
도르도뉴는 주인공 미미의 할머니가 살던 집이 있는 곳으로 프랑스의 실제 지명이다. 아버지와 다툰 뒤 집을 나온 미미는 어린 시절 머물렀던 할머니의 집으로 가게 된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비어 있는 그 집을 살펴 보며 미미는 기억해내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수채화풍의 그래픽은 아름다웠고 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한다는 내용 역시 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여 따뜻함을 불러일으켰다. 게임의 느낌 자체는 굉장히 좋고 퍼즐도 어렵지 않아 전형적인 힐링 게임이라 할만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붕괴된 게슈탈트다.
게슈탈트(gestalten)는 독일어 단어로 '구성하다, 형성하다, 창조하다, 개발하다, 조직하다' 등의 뜻을 지닌 동사의 명사형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전체, 형태, 모습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의미로 제대로 전달하는 번역은 아니라고 한다. 심리학 분야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형태 심리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충분하지 않아 결국 원어를 그대로 쓰게 되었다. 좀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학술적인 내용을 함께 들어야 한다.
게슈탈트는 인간의 지각능력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사람이 어떤 것 하나를 보면 각 부분 부분의 집합으로 보지 않고 의미 있는 하나의 전체로 본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체를 나타내는 용어가 '게슈탈트'다. 누군가 당신의 얼굴을 보고 알아볼 때 눈, 코, 입, 귀, 머리카락, 얼굴 윤곽, 입술 등을 따로 따로 확인한 뒤 전체로 합해서 당신이라는 사람으로 식별하지 않는다. 얼굴 전체를 보고 당신으로 인식한다. 두 개의 전등이 교대로 서로 꺼졌다 커졌다 반복하면 사람들은 두 개의 불 빛이 교차로 점멸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불빛이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어떤 현상을 낱낱의 그대로 보지 않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데 아무리 의미를 가진 전체로 본다고 해도 이 게임은 이야기의 구멍이 많아서 붕괴된 게슈탈트였다. 미미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 사이에 갈등이 있긴 한 거 같은데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에게도 어떤 일들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 내용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 플레이 도중 놓친 것이 있나 싶어 검색을 해 봐도 인기 게임은 아니라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영어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서 포기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야기에 이가 몇 개 빠진 느낌이며 떡밥이 영원히 회수 되지 않는 찝찝함을 남겨 주고 말았다. 게슈탈트도 아무렇게나 한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님을 이 게임은 알려준다. 도르도뉴는 뭔가 중요한 것이 많이 빠진 게임, 게슈탈트를 이루지 못한 붕괴된 게슈탈트 게임으로 남고 말았다.